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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1 10:11 수정 : 2013.07.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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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의 경제 -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사람들


서울시민은 평균 52.6살에 은퇴한다. 연령대별 퇴직시기도 65살 이상은 57.6살, 60~64살이 54.1살, 55~59살이 48.5살로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2012년 서울시복지재단조사). 이대로 가면 일자리를 원하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 인력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은퇴와 함께 이들이 가진 풍부한 삶의 경험과 연륜, 전문성이라는 사회적 자산도 빛을 잃는다는 것이다. 청년 시절, 하루하루 가차 없는 시간의 공격에 젊은 자신을 내어주고, 아무런 대책 없이 인생 후반전으로 접어드는 사람들의 우울증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돌이켜 볼 순간도 없이 숨가쁜 골목을 달려온 탓이다.

최근 많은 초로의 은퇴자가 가족과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인생의 전반전을 뒤로하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고 말한다.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게 많으니 이제는 베풀고 돌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다.

이들에게 인생의 전반전에 벌고 인생의 후반전은 자산으로만 살아가는 은퇴 개념은 이미 힘을 잃었다. 베이비붐세대뿐 아니라 그 뒤를 잇는 젊은 세대 모두 새로운 사회계약을 갈망한다. 오래 일하며 사는 ‘의미 있는 노후’는 우리 모두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착하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곳이 필요하다. 전에는 착하게 살면 이 차가운 세상에서 나만 바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고 직접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랑과 나눔의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연대가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 영역은 이런 필요에 응답하는 열린 장이며, 호혜와 연대로 구성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커뮤니티비즈니스, 비영리단체(엔피오), 비영리조직(엔지오) 등 사회적 과제를 사명으로 바른 꿈을 키워나가기 위해 애쓰는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있다. 사회적 과제를 알고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과 연륜을 보유한 은퇴자들에게 사회적 경제는 꿈의 무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몸담았던 분야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또는 뭔가 새로운 것을 탐색해보고 싶은지, 창업을 원하는지, 아니면 기존의 조직에 들어가 일하고 싶은지 등 답해야 할 질문이 산더미다. 게다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문직 종사자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은 기존 삶의 방식에서 멀어져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물러서지 않을 수 있도록 뜻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당이 더 많아져야 한다. 20일 개강을 앞둔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의 ‘헤리 사회적경제 리더과정’도 그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이론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 성공사례 등을 주제로 1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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