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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2 14:31 수정 : 2013.07.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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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의 경제 - 토끼와 거북이, 그리고 사회적경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누가 이기나요?

대부분 거북이가 이긴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내기를 하면 누구에게 거실건가요? 아마도 거의 다 토끼겠죠. 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를까요? ‘돈’ 앞에서 현실을 깨닫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성실하면 성공한다는 교훈 뒤에 감춰진 불공정한 경기규칙입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경기규칙은 처음부터 토끼의 필승카드입니다. 토끼의 긴 뒷다리는 산위로 오를 때 진가를 발휘하지요. 토끼가 낮잠을 자도 아마 거북이는 질 겁니다.

토끼끼리, 혹은 거북이끼리 산위로 오른다면 공정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거북이를 토끼의 상대로 설정했을까요? 자유로운 시장을 위해 ‘작은 정부’로 가야 하고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생각납니다. 재벌가의 빵집도 떠오릅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그 이후의 세계무역기구는 국민과 정부라는 심판 없이 재벌과 중소기업이 경쟁하고 곡물메이저와 가족농이 경주해야 한다는 게임의 룰을 강요했습니다.

중소기업·자영업자·농민들은 규칙을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토끼는 규칙 바꾸기를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심판을 매수해 자기 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다른 동네 토끼들과 연합해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대못질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이 해마다 단말기를 바꾼답니다. ‘꽁짜폰’인데 왜 안바꿔주냐는(사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말에 부모들도 두 손을 듭니다. 그러나 단말기 보조금은 유난히 비싼 통화요금에 다 묻어 놓았지요. 그 스마트폰 하나 값이 우리 아이들이 6년동안 먹는 쌀값에 해당합니다. 스마트폰이 비싼건가요? 쌀값이 싼건가요?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가격은 시장(기업)에 맡기고, 쌀과 배추의 가격은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내리는 게 옳을까요?

거북이가 이젠 경주를 안하겠다고 합니다. 토끼를 도우며 물수건과 양동이를 들고 다닙니다. 그 결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운영하는 빵집, 커피전문점, 통닭집, 식당들이 넘쳐납니다. 우리 5천만 국민의 곡물자급율은 24.3%에 불과합니다. 10대 재벌 매출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76.5%를 차지하고, 삼성그룹 한곳의 매출이 21.9%에 이릅니다. 하지만, 10대 재벌의 직원 수는 고작 60만명 남짓입니다. 농가수는 그 두 배입니다.

이제는 토끼는 토끼들끼리, 거북이는 거북이들끼리 같은 조를 이루어 경주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산에서는 토끼가 뛰고, 바다에서는 거북이가 헤엄치면 됩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동네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쟁이 공정합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그렇습니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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