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등록 : 2013.12.09 09:51 수정 : 2013.12.09 09:52

툴바메뉴

기사공유하기

보내기
수제화 협동조합 중 하나인 루시 릴리의 윤혁구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장에서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OEM 납품 수제화업체 대표 4명
자체 브랜드 개발 꿈꾸던 중
올해초 협동조합 결성 ‘의기투합’
신용보증기금 도움으로 자금벽 넘어
‘2013 세텍 서울 아트쇼’ 출품 결실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공장의 쇼룸에 한 켤레의 구두(사진)가 등장했다. 노랑, 연두, 은색 등 알록달록한 물감을 흩뿌린 듯한 문양이 소가죽 위에 입혀진 여성화였다. 무늬가 구두 밑바닥은 물론 11㎝ 높이의 굽에도 칠해져 있어 눈에 띄었다. 구두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애칭은 붙었다. ‘첫 작품.’

이 구두에 대한 설명은 1982년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초등학교를 막 마친 윤혁구(45) 대표는 성수동에서 수제화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살롱 구두와 백화점 브랜드 구두를 만드는 데 30여년이 흘렀다. 2011년 자신의 공장을 세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브랜드 구두를 납품하던 윤 대표에게 꿈이 생겼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직접 판매하는 것이었다. 금융위기 뒤 그 꿈은 생존 전략이 됐다. “4~5년 사이 납품 물량이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의 대표 4명이 모였다.

“기술력이 뛰어나도 마케팅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주변 사례를 보며 알았습니다. 협회를 만들어야 하나, 단체를 만들까, 단순 동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 협동조합 기본법이 지난해 12월 시행된다는 기사를 보고 ‘이거다’ 했어요.”

지난 2월 ‘한국성수동수제화협동조합’은 그렇게 시작됐다. 수제화 경력만 30년 안팎의 공장 대표 4명에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등 6명이 모였다. 각자 100만~300만원씩 1140만원을 출자했다. 기계를 공용으로 구입해 외부 지출 비용을 아끼고 유통 단계를 줄이면 10만원 초·중반으로 판매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레이저 커팅기 등을 구입하고, 공동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쉽지 않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디자이너이자 조합 이사장인 박경진(38)씨는 그 벽을 실감했다.

“은행에 찾아가 ‘협동조합’이라고 얘기하면 갸우뚱해하더라고요. 조합 명의의 신용카드부터 만들려는데, 출자금도 적고 실적도 없다며 발급이 어렵다고 했어요. 담보도 없는 상황에서 대출 얘기는 꺼내기도 어려웠죠.”

그즈음 협동조합의 ‘돈줄’에 대해 기사가 하나 떴다. 신용보증기금에서 ‘협동조합 보증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신보는 공동 브랜드 개발, 공동 설비 도입 등 협동조합 초기 사업자금의 조달을 돕기 위해 지난 10월 상품을 개발했다. 조합원 80% 이상이 사업자로 구성된 제조업, 콘텐츠산업 등의 협동조합에 최대 1억원의 보증을 서준다. 소상공인진흥원에서 ‘협업화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조합원은 5000만원까지 보증한다.

“물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기술력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 되나, 경력은 얼마만큼 있나, 조합원들의 교류는 얼마나 많나, 최근 1년 이내에 탈퇴한 조합원은 얼마나 되나 등을 따집니다. 재무제표 같은 계량 평가 요소가 없는 경우가 다수라 미래 가치에 가중을 두는데 부합할 만한 협동조합이 생각보단 많지 않더라고요.”

신보의 김재석 차장은 성수동을 방문해 장래성을 심사했다. 그리고 지난달 여러 조합 중 성수동수제화협동조합이 ‘1호 보증’ 대상으로 선정됐다. 3000만원을 100% 보증하기로 했고, 조합은 연 4.25%의 금리로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대출금은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 캐드·일러스트 등 컴퓨터 프로그램 구매, 공동 브랜드를 알릴 브로슈어, 쇼핑백 마련 등에 투입됐다.

내년 봄 신상품 개발에도 150만원이 사용됐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소개로 작가의 작품을 구두 위에 입힐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이 디자인하고, 새로 구입한 프린터로 가죽에 그림을 인쇄했다. 그리고 윤 대표의 손으로 구두가 완성됐다. 그렇게 탄생한 게 애칭 ‘첫 작품’이다. 밑창에는 공동 브랜드 ‘크리스 진’(디자이너인 박경진 이사장 이름에서 따옴)이 새겨졌다. ‘첫 작품’은 오는 11~15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2013 세텍 서울 아트쇼’에 출품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기사댓글

사회적경제소개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