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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9 09:40 수정 : 2013.12.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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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락’ 협동조합’이 광주시 월곡동에서 운영하는 팥죽가게 ‘더불어락 밥상마실’에서 노인들이 팥죽과 팥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2013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
최우수상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늦가을 바람이 몹시 차갑던 지난달 21일 한적한 오후.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에 있는 ‘더불어락 북카페’에서 노인 몇몇이 한가로이 책과 신문을 들춰보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도서관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상치 않다. 안경 너머로 책을 보던 한 할아버지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북카페”라며 웃음지었다.

광주시 광산구 노인복지관인 ‘더불어 락(樂)’을 이용하던 노인들이 지난해 3월 협동조합을 만들고 직접 ‘북카페’ 조성에 나섰다. 5000원도 좋고, 1만원도 좋았다. 십시일반 작은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보탰다. 다만 거액의 기부자는 사양했다. 카페에 있던 할아버지들은 “북카페가 어느 특정인의 소유처럼 인식돼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아버지들은 소싯적 재능을 살려 손수 설계를 하거나 나무 자재를 뚝딱여 책장을 만들었다. 그만큼 설립비를 아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노인들이 모은 3700만원과 구 지원금 1200만원 등 4900만원으로 지난해 4월20일 멋진 북카페가 문을 열었다. 카페 안에는 노인들이 기부한 책 5000여권이 놓였고, 책장과 테이블 등이 갖춰졌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책장은 바퀴를 달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북카페 한켠에서는 백발을 흩날리는 노인이 직접 바리스타가 돼 커피를 제공했다. 또 이 지역의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공동체 생산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북카페 등 노인복지관은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야간과 주말에는 광산구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개방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북카페’의 출발은 광주시 광산구 노인복지관 ‘더불어 락’이다. 2005년 설립돼 광산구 노인들이 이용하던 노인복지관을 2010년 말 구청 직영으로 돌렸고, 이듬해에는 ‘더불어 락’이라는 멋진 간판을 달았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북카페와 월곡동 공장에서 운영하는 두부공장인 ‘두부마을’, 월곡시장 내 팥죽가게인 ‘밥상마실’ 등 3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은 5000여명에 이르고, 3개 사업체에서 노인 17명이 고용돼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기부 문화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손자·손녀 이름으로 매월 정액을 기부하는 노인이 지난해 87명에서 올해는 108명으로 늘었다.

전국 최초로 노인들이 직접 만든 ‘더불어락 북카페’와 ‘열린 복지관’은 참여와 나눔의 복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광란 ‘더불어락’ 사무국장은 “복지관 운영이 언론과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 58곳에서 방문해 벤치마킹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베푸는 복지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된 자립형 복지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 락’ 노인복지관의 활동 내용이 내년부터 광주지역 초등학교 4학년 사회교과서에 실린다. 민형배 광주시 광산구청장은 “더불어 락은 노인들이 협동과 존중으로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한 모범 사례”라며 “‘더불어 락’ 어르신들의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어린이들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김동훈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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