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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3 14:14 수정 : 2013.07.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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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 - 프로젝트 노아
스페이스 노아는 프리랜서 등 개인이나 단체에 작업실이나 모임 공간을 대관하는, 공익성을 겸비한 비즈니스 커뮤니티로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북창동 스페이스 노아를 찾은 시민들이 업무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각기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창조는 협업에서 생겨난다. 큰돈 없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옛 룸살롱에 ‘방주’를 띄웠다.
기획, 출판, 시민대학, 치과… 아이디어 발랄한 사업공동체다.
박근우 대표의 다음 목표는 ‘협동조합 시민병원’ 설립이다.


서울 시내의 대표적 룸살롱가로 유명했던 서울플라자호텔 뒤쪽의 북창동 골목에 ‘청년들의 방주’가 들어섰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꽉 찬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꿈꾸는 내일은 무엇일까.

서울 북창동의 룸살롱 건물이 젊은 사회혁신가들의 소통 공간으로 대변신했다.

서울광장 플라자호텔 뒤쪽의 북창동. 작은 골목을 끼고 20~30m 들어서면, 4층 건물의 외벽을 가득 채운 김구 선생과 아인슈타인의 큼지막한 얼굴 사진이 시야를 압도한다. 청년 사회혁신가들의 자생적인 허브 공간을 자임하는 ‘프로젝트 노아’이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영국 사회혁신가들의 ‘허브’ 같은 모델을 생각했어요. 혼자서는 갇히게 되죠. 창조는 코워킹(협업)에서 생겨납니다. 청년들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열었어요.” 북창동에 ‘청년들의 방주’를 띄운 박근우(38) 대표는 열정이 넘쳐흘렀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청년들은 외로워요. 경제적으로는 어렵고요.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요. 서울시내 건물의 임대료를 전수조사하다가 북창동에 꽂혔습니다. 서울광장과 시청역이 바로 코앞인데, 임대료가 굉장히 저렴해요. 100m만 바깥쪽으로 나가도 값이 세배로 뛰어요.” ‘프로젝트 노아’는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맞춰 지난해 12월10일 문을 열었다. “북창동이라는 슬럼화하고 어두운 이미지의 공간을 사회혁신가들의 베이스캠프로 삼자, 다른 색깔로 바꿔보자, 이런 상상을 하면서 북창동으로 들어왔습니다.”

‘프로젝트 노아’는 공간을 운영하는 ‘스페이스 노아’(www.spacenoah.net)를 비롯해, 최게바라 기획사, 더나은 이야기, 인디출판 노아, 젠니 옷장, 노아시민대학, 닥터노아 치과 등 발랄하고 참신한 여러 프로젝트와 사업단위들로 구성돼 있다.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혁신적인 발상의 청년사업 공동체이다.

4층 전체를 차지한 커넥트홀은 프로젝트 노아의 아이디어와 사업을 관통하는 허브 구실을 한다. 세미나와 강연장, 카페 공간으로 활용되고, 한꺼번에 100명까지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커넥트홀을 운영하는 ‘스페이스 노아’의 정수현(30) 대표는 “스페이스 노아를 운영하면서 공간의 힘이 위대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청년들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용감하게 나서게 되더라. 공간의 쓸모를 사람의 필요와 연결시키는 게 우리 사명”이라고 말했다. “북창동의 접근성이 좋아서인지, 이용료와 커피값을 낮게 책정하고도 벌써 손익분기점에 이르고 있어요.” 정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의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창동 룸살롱 일대에서 착한 소통 공간 실험을 하고 있는 청년 혁신가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북창동 ‘스페이스 노아’에서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수현(공간 운영자), 박근우(설립자 겸 치과의사) 최윤현(청년사업 기획자). 류우종 기자

스페이스 노아의 발랄함은 커넥트홀 아래층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맥 컴퓨터 17대가 설치된 위미디어랩을 비롯해, 세미나방과 개인 사무공간이 죽 이어져 있다. ‘공간 혁신’은 월 7만7천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료에서 출발한다. 아이디어가 반짝이는가난한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벌써 40명을 넘어서고 있다. 프리랜서와 강연그룹, 창업희망자 등 다양한 입주자들은 스스로 지식의 공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외국인 사회혁신가들도 여럿 들어와 있다. 정 대표는 “주1회 코워킹 파티를 열어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노아는 프리랜서 등 개인이나 단체에 작업실이나 모임 공간을 대관하는, 공익성을 겸비한 비즈니스 커뮤니티로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북창동 스페이스 노아를 찾은 시민들이 업무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각기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최게바라 기획사’를 끌어가는 최윤현(29)씨는 3월부터 매달 한차례 ‘불꽃쇼’라는 청년들의 토크콘서트를 연다. “도전정신과 무모함이라는 불꽃이 살아 있는 청년을 초청해 우리 또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예요. 꿈을 찾아 발버둥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나도 해보자, 할 수 있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불꽃쇼의 입장료는 1만원. 이미 월 80명 이상의 관객동원 역량을 갖추었다. “어제 상상하고, 오늘 기획하면, 내일 실행한다! 우리 기획사의 모토예요. 사실은 우리 노아의 공간이 있으니까, ‘내일 실행한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죠. 대학생 2명 데리고 일하는데 1년 안에 월급 제대로 지급하는 구조를 갖추는 게 목표입니다.”

최씨는 ‘불꽃쇼’ 말고도, ‘남북청년토크쇼’ ‘아프리카는 청춘이다’ 등 기발한 기획사업을 여럿 만들어냈다. “청년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남북청년토크쇼)를 지난달부터 시작했고요. 25일에는 아프리카에서 물사업을 하는 예술가팀 10여명과 우리 청년 100여명이 만나는 자리를 열었어요. ‘아프리카는 청춘이다’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죠.”

최씨는 가수 ‘일기예보’의 박영렬(46, 예명 나들)씨와 ‘골목콘서트’를 새롭게 기획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10년 간경화 투병에서 회복한 박씨는 올해 초부터 동네 음식점의 주말 콘서트를 이어가면서, 골목상권의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다. 동네 식당에서 1시간20분짜리 무료 콘서트를 열고, 즉석 기부와 자신의 보람으로 수입을 충당한다. 최씨의 ‘불꽃쇼’에 초청받아 인연을 맺은 박씨는 프로젝트 노아의 열성적인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다수의 시민이 사회 문제를 공동으로 인식하고 작은 목소리를 모아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더 아름답게 바뀐다고 생각해요. 과격한 이슈 파이팅도 필요하지만 이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열심히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프로젝트 노아는 가치있는 정보 유통을 존재이유로 삼고 있어요.”(박근우 대표)

‘노아 공간’의 맨아래인 2층에는 특이하게도 닥터노아 치과가 들어서 있다. 여느 사회혁신 허브와 다른 점이다. 비밀의 열쇠는 박근우 대표가 쥐고 있다. 프로젝트 노아의 설립자인 박 대표가 바로 치과 진료를 하는 ‘닥터 노아’이다.

“충북 청주와 서울 청담동에서 치과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주식 투자로 또 몇배 불렸고요. 그런데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우간다, 탄자니아같이 가난한 나라를 찾아 쇼핑 다니듯이 의료봉사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태석 신부님 같은 사람은 못 되겠더라고요. 지난해 여름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일을 찾았어요. 그때 정수현씨를 만나 프로젝트 노아를 탄생시킨 겁니다.” 프로젝트 노아의 설립재원 또한 박 대표가 대부분 부담했다.

닥터노아 치과는 인간적 의료관계 회복과 사회적 약자 후원 같은 착한 병원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로젝트 노아를 찾은 박원순 시장이 저를 주치의를 삼았어요. 아직 한번도 치료는 받지 않았지만요.”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노아시민병원 설립이다. “닥터노아 치과는 그저 착한 병원이에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의료모델이 되지는 못해요.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의료모델을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11명이 모여,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의료생협 2.0 모델이랄까, 노아시민병원의 꿈이죠.”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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