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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3 14:59 수정 : 2013.07.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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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가 뜬다 - ① 빈방 공유 : 김광수 기자의 ‘빈방 공유서비스’ 체험기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비앤비히어로’에 등록돼 있는 가정집 사진들.


여행지는 순천 정원박람회 ‘비앤비히어로’ 누리집 통해 근처 아파트 1박을 예약했다
3만3천원에 얻은 편안한 숙소…아이들과 온 4인가족 손님도 “가격이 너무 싸서 놀랐어요”
손수 밥 차려주던 집주인 부부 “남는방 빌려주고 돈 벌고 좋죠”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청년 3명이 ‘빈 침대’를 내준다는 뜻으로 에어비앤비(Air Bed and Breakfast)를 차렸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전세계 여행객들에게 일반 가정집의 빈방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텔에 견줘 훨씬 저렴한 숙박비, 현지 외국인의 집에 머무르며 낯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홈스테이의 장점이 매력이었다. 현재 190여개국에서 누적 이용객이 400만명을 넘기며 유명 호텔 체인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유와 나눔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는 공유경제의 취지를 앞세워 에어비앤비를 본보기로 한 빈방 공유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앤비히어로, 원데이스페이스, 코자자, 한인텔 등이 1~2년 전부터 호텔 등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2의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비앤비히어로를 이용해 ‘숙박 공유’를 체험해봤다. 비앤비히어로는 에어비앤비와 이름이 비슷할 뿐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 토종 기업이다.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를 계기로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행지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순천시를 골랐다. 숙소를 잡으려고 지난 12일 비앤비히어로 누리집에 들어갔다. 이미 가입한 페이스북 계정에 연결하니 바로 회원 가입이 됐다. 검색창에 ‘순천’을 넣고 체크인 날짜를 13일, 체크아웃은 14일로 입력하니 객실 내부 사진과 하루 숙박요금을 적은 안내 글이 적힌 빈방 목록이 나타났다.

집주인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아파트의 빈방을 고른 뒤 값을 고려해 한 곳을 선택했다. 값이 싸기도 했지만 집을 이용한 손님들이 직접 올린 글들이 마음을 움직였다. 고향에 온 것처럼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집주인이 맛있는 아침까지 정성껏 차려줬다는 후기에 솔깃했다.

집주인의 허락을 받으려고 페이스북에 직업 등을 소개하고 빈방 공유 체험을 하려고 하룻밤 머물고 싶다고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호텔이나 모텔 등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손님의 예약을 받아주는 것과 달리,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빈방 공유 서비스는 집주인이 동의해줘야 묵을 수 있다. 곧바로 예약 신청을 집주인한테 해도 되지만, 거절당할 확률을 낮추려면 자신을 알리는 메시지를 먼저 보내는 것이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예약을 신청하면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로 3만3000원을 결제했다. 방값은 3만원인데 수수료 3000원이 붙었다. 예약됐다는 전자우편이 왔다. 지난해 9월 샌프란시스코의 일반 가정에서 2박3일 동안 빈방 숙박 체험을 했을 때 이용했던 에어비앤비 누리집 못지않게 편리했다.

신분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번호 실명 인증을 하는 절차는 눈길을 끌었다. 파손 등 불미스런 일이 생기더라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목록에 올라온 빈방을 마우스로 눌러서 주인의 인사말과 올라온 빈방 사진 등을 들여다본 뒤, 다른 빈방을 살피려고 뒤로 가기를 했을 때 속도가 약간 느린 것이 옥에 티였다.

13일 오후 부산에서 승용차로 3시간여를 달려 순천에 닿았다. 국제정원박람회 장소를 1시간 남짓 둘러본 뒤 예약했던 순천시 용당동의 ㅍ아파트에 도착했다. 저녁 9시께 1000여가구 규모인 ㅍ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9층으로 갔다. 집주인 정경남(43·여)씨와 류차열(43·회사원)씨 부부의 아들이 반갑게 맞았다. 고교 3학년생인 류씨의 아들은 기숙사에 있는데 과제 하러 잠깐 집에 들렀다고 했다.

아파트는 방이 3개인 30여평 규모였다. 완공한 지 3년쯤 돼서인지 외관이 깔끔했다. 실내는 여느 아파트와 비슷했다.

낯선 손님이 또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7살 안 된 아들 둘을 데리고 온 30대 부부였다. 안산시립합창단원인 왕정인(38)씨는 “오늘 국제정원박람회에서 공연을 했는데, 결혼 5돌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왔다. 내 집 같은 분위기에서 4인 가족이 묵는데 가격이 너무나 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비앤비히어로에선 집주인마다 요구하는 요금이 다르지만, 어린 자녀가 둘인 부부라면 순천의 아파트에서 3만~5만원이면 하루를 머물 수 있다.

욕실은 두 개였다. 집주인 정씨는 안방의 욕실까지 왕씨 가족에게 내줬다. 집주인과 손님들이 집주인이 직접 만들어 내놓은 모과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식탁에 둘러앉았다. 집주인 정씨는 방울토마토 등과 다과를 식탁에 올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스럼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13일 전남 순천시 용당동 ㅍ아파트에서 왕정인(맨 왼쪽)씨 가족이 집주인 정경남(오른쪽 둘째)씨 부부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친 뒤 모과차를 마시고 있다. 왕씨는 “빈방을 값싸게 내주고 가족처럼 맞아줘 내 집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교생인 두 자녀가 기숙사 생활을 해서 방 두 칸이 비어 있었어요. 국제정원박람회 관광객들이 묵을 숙소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천시가 지난 3월 비앤비히어로와 손잡고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었지요. 그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에 사는 두 여성이 상대의 집을 맞바꿔 휴가를 보내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2006년)가 떠올랐어요.”

정씨는 빈방을 필요한 사람에게 싸게 주고 자신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데 공감해 비앤비히어로에 자신의 집을 사진과 함께 등록했다. 첫 손님은 지난달 17일 왔다고 했다. 손님들이 묵고 간 뒤 소감을 적는 후기를 보고서 다른 손님들도 찾아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기자를 포함해 18번째 손님을 맞았다. 한달이 되지 않아 60여만원을 번 것이다.

여행객들에게 빈방 공유 서비스의 강점은 싼 숙박비다. 순천시내 주요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평균 10여만원인 것에 견줘, 비앤비히어로에 올라온 가정집들은 2인 기준 3만원이 대부분이다. 왕씨의 아내 이화용(35)씨는 “호텔은 비싸고 모텔은 아이들과 지내기 불편해서 고민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비앤비히어로를 발견했어요. 여기다 싶어 결정했지요”라고 말했다.

정씨는 “많은 집주인들이 안전사고 등을 걱정해 통째로 집을 빌려주는 것은 꺼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에어비앤비처럼 파손·화재 등의 사고 때 약 12억원까지 손님을 대신해서 집주인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휴가 기간 등에 빈 아파트를 통째로 내놓는 것도 고려해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빈방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면 미국에서처럼 호텔·모텔 등 숙박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을 보면 도시민박업을 하려면 건물 전체면적이 230㎡ 미만이어야 한다. 또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교통문제 등의 해결 같은 공유경제의 공공성을 고려해 세금을 받지 않거나 감면하는 등 서둘러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튿날 아침 아파트 뒷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정씨가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정씨의 남편 류씨가 아침을 먹자며 자리를 권했다. 왕씨 가족들도 식탁에 함께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정성과 정을 듬뿍 담아 내놓은 정씨의 10여가지 자연식 반찬과 미역국은 일품이었다. 정씨 부부는 떠나는 손님들한테 삶은 감자를 건네며 손을 흔들었다.

순천/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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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새로운 소비’ 공유경제 빠르게 확산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비앤비히어로’에 등록돼 있는 가정집 사진들.
주요국을 중심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현상이 국내에서도 2~3년 새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빈방, 자동차, 사무실, 주차장, 옷·도구, 지식·재능, 경험·취미까지 공유하고 나눌수록 경제적·사회적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빈방 등의 소유자가 필요하지 않을 땐 남도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11년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주목했다. <한겨레>는 우리나라 공유경제의 현주소와 앞날을 여섯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우리나라 공유경제가 서울, 부산 등 각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 데는 사회적 노력과 함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주차장·빈방·책·물품·자동차·옷 등 20개 공유사업 분야를 선정한 뒤 구체적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소유 대신 공유로 나눔의 선순환에 앞장설 단체·기업들을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조례를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4월엔 공유 단체·기업 27곳을 지정하고 이 가운데 공유경제 확산 효과가 큰 12곳에 올해 2억원을 지원한다. 공유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온라인 공유 허브를 오는 26일 열 예정이다.

조인동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공유경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단순히 물건을 아껴쓰고 나눠쓰자는 캠페인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가운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틈새경제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공유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공유경제가 싹을 틔웠다. 부산시 산하 부산발전연구원은 지난달 2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유경제 토크콘서트를 열고, 지역 일자리·소득 창출 등이 기대되는 부산형 공유경제 사업 21가지를 부산시에 제안했다. 공유경제 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과 전문가, 시민들이 소통하는 ‘공유경제’란 정기모임도 지난달 27일 태동했다.

공유경제 기업들은 서울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출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페이스북·카카오톡·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단위로 빌려주는 렌터카와 달리 자동차를 30분~1시간 단위로 빌려주는 쏘카는 제주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서울에 진출했다. 재능 공유 플랫폼 크몽은 경남 진주에 본사를 뒀다.

사업 분야도 진화하고 있다. 빈방·주차장 등 공간, 자동차·옷·책 등 물품, 지식·재능·경험 같은 것들도 공유할 때 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 있는 주제를 두고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재흥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민과 관이 함께 ‘공유경제 워킹그룹’을 만들어 변호사들이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 사전 검토작업을 했다. 에어비앤비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뉴욕에선 불법으로 판결돼 영업활동을 못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시민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민관 거버넌스를 이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정태우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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