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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6 14:24 수정 : 2013.07.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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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 - 실버영화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어르신만을 위한 극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빛나가 출동했습니다. 그 곳은 악기거리로 유명한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입니다. 55세 이상 어르신들이 단돈 2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인데요. 젊은이들도 어르신과 함께 오면 2천원(따로 올 경우 7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정말 무조건 55세이상이면 2천원이냐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아쉬운 점은 이곳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개봉작은 아니라는 겁니다. 상영작은 대부분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고전영화들입니다. 7월에 상영된 영화는 송포유, 레미제라블, 애수, 폭풍의 언덕이 있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사랑과 영혼, 시민케인, 빠삐용이 상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버영화관은 사회적 기업으로 2009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100여명이 찾았으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엔 관람객이 하루 600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황혼기의 사랑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걸렸을 때는 매회마다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되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요. 이렇듯 그 흔한 초대이용권도 없습니다.

실제 제가 찾아간 이날에도 어르신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는데요. 경기도 양평에서 온 이희은씨(79)는 “좋은 영화를 싼 값에 볼 수 있고 또 점심도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주말마다 꼭 온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정부에서 온 김영환(87) 할머니는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소개로 알게 됐는데 새 영화가 걸릴 때마다 찾게 된다. 가격까지 저렴해서 맘에 드는 영화는 두 세번도 더 본다"며 실버영화관의 팬이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 7월초부터는 어르신들을 배려한 큰 자막처리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극장 전체 분위기가 영화 ‘시네마천국'의 배경처럼 옛날 극장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관 입구 옆에 보이는 영사실을 살짝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마치 시네마천국의 어린 토토가 앉아있을 것만 같았는데요. 어르신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극장 분위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단돈 3천원에 먹을 수 있는 저렴하고 맛좋은 추억의 도시락도 어르신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하루 총 4회분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와 한끼 식사 그리고 후식으로 마시는 커피까지 모두 단돈 6천원으로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www.bravosilver.org/
전화 : 02-3672-4232~3(오전 10:00 ~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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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대표(40)와 이희은 어르신(79)

Q. 실버영화관은 무조건 어르신만 볼 수 있는 극장인가요?

A. 아니에요. 모두다 볼 수 있어요. 젊은이들은 7천원에 볼 수 있고요. 그치만 어르신들과 함께 온다면 젊은사람도 2천원에 볼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부모님이나 어르신들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편으로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계시는데, 극장내 직원이 전부 어르신인가요?

A. 네 저와 여직원 한명만 빼고 모두 어르신들이에요. 총 12명의 어르신이 일하고 계시고요. 영사실에도 계시고 자리안내 하시는 분, 영화섭외 하시는 분 등 모두 어르신이세요. 전체적으로 영화관이 하는일을 모두 맡고 계세요.

Q. 사회적기업 운영하면서 힘든점이나 고충은 없었나요?

A. 저는 사회적기업이 목적이 아니였어요. 처음부터 지원금을 받은 게 아니라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점은 되지 않아요. 물론 지원받으면 좋죠. 하지만 지원금이 없어지면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면 되니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아요. 돈이 아니라 관객을 쳐다봐야 해요. 그래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Q. 극장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뿌듯했던 적이 있나요?

A. 늘 보람을 느껴요. 어르신들이 만족해하시고 그 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죠. 영화 다 보시고 나가실 때도 항상 잘봤다고 고맙다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극장주한테 감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항상 뿌듯함을 느끼죠.

Q. 대표님의 최종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A. 전 함께 가고 싶어요. 우리 미래는 결국은 모두 늙는 것이거든요. 나의 미래가 달나라를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늙는 거에요. 그런데 그 늙었을 때, 늙어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여러가지 서비스 공간을 늘려서 어르신들이 더 많은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계획중에 있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즐기고 옛 추억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다목적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A. 어느날 어느 어르신께 한 통의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 내용이 자살을 하고 싶을만큼 삶이 괴로웠는데 이 곳에 와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즐겁게 사는 걸 보고 살고싶어졌다고.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편지를 받았을 땐 정말 뭉클하고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만든 하나의 문화공간이 많은 분들에게 희망, 즐거움, 행복함이라는 여러 가지 느낌을 느끼게 하니까 참 보람차요. 그래서 저도 저절로 그 안에 제 미래, 사명감, 꿈들이 다 포함되는 것 같아요.

상영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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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큰 행복을 누리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된다는 한 어르신의 말처럼 실버영화관은 오늘도 어르신들의 웃음을 위해 365일 극장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부모님 손 잡고 옛 추억을 선물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이상 비오는 종로에서 리포터 빛나였습니다!


이슬빛나 <사회적경제> 리포터 bitna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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