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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3 14:26 수정 : 2013.07.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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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 - WOOZOO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방(房)이라기보다는 관(棺)이라고 불러야 할 사이즈의 공간 - <갑을고시원체류기> 박민규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이 생활하는 고시원의 모습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지방출신 대학생은 20만 명, 기숙사 혜택을 받는 2만 명을 뺀 나머지 18만 명 중 절반인 9만 명이 관 사이즈의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고시원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 월세보다 평당 가격이 비쌉니다. 비싼 방값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 이렇게 학습권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들은 금고안에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외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LH공사는 전국 1만 명의 대학생에게 10만 원 이하의 임대료로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고, SH공사도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3천 명의 서울지역 대학생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희망하우징)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강서구 내발산동에 '희망둥지 대학생 공공기숙사'를 착공했고 강변역 인근의 구의유수지에도 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기숙사를 건축할 예정입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역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합기숙사를 건축하고 있습니다. 많은 공공기관이 나서서 대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 수에 비해 혜택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관에서 탈출하고자 직접 나섰습니다.

쉐어하우스 ‘WOOZOO’
주거난을 해결하고자 뜻을 모은 대학생들이 모여 WOOZOO를 창업했습니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위해서는 쉐어하우스(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ㆍ화장실ㆍ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곳곳에서 쉐어하우스에 적합한 구조의 낡은 빈집을 찾았습니다. 찾은 집은 집주인에게 무료로 수리를 해주고 젊은층의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집주인과 대학생을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하나 둘씩 늘려나가 5호점까지 오픈했습니다.

WOOZOO는 공용공간을 포함한 개인의 사용면적을 다른 주거형태에 비해 넓게 설계하고 가구와 전자제품, 주방용품, 정수기 등의 생활 필수용품을 함께 제공하여 거주자의 편의를 극대화했습니다. 입주희망자들의 성향을 사전조사해서 공용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각 지점마다 슬로우 라이프, 창업가, 사회초년생, 미술가와 같은 컨셉을 정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입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주거에 소유의 개념과 가격 거품을 빼버리고 저렴한 가격과 공유의 문화를 더한 것입니다.

WOOZOO의 조성신 홍보팀장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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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1호점
Q. 다른 주거공간에 비해 갖는 우위??

A. WOOZOO는 기존의 획일화된 아파트와 오피스텔, 원룸텔과 같은 구조가 아닌 일반 가정용 형태의 집(한옥, 양옥 등)을 제공함으로써 마당, 옥상,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쉐어하우스의 평균 가격은 평균 50만 원 초반대입니다. 이런 가격을 30만 원 후반대에서 40만 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제공하여 입주자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수준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WOOZOO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거환경?

A. WOOZOO는 주거 취약계층인 학생, 직장초년생 등을 타겟으로 하여 시작된 기업입니다. WOOZOO는 1인 주거형태인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고립된 상태로 고통받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트랜디한 쉐어하우스 문화를 통해 삶의 질과 동시에 주거 비용 절약 할 수 있게 돕는 기업입니다. 집이 단순히 자는 공간으로 변질된 요즘의 세태를 바라보며 저희 WOOZOO는, 집이란 정서적인 안정감과 높은 삶의 질을 완성시키는 기초적인 공간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집의 본질적인 의미를 담은 쉐어하우스를 계속해서 론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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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서울 7개 대학의 학생들이 주거난을 협동조합의 형태로 해결하고자 청년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들었습니다. 주거권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한편으로는 박원순 시장에게 대학생 주도 공공기숙사 운영을 과감하게 제안하기도 합니다. 대학생들을 단순한 주거 소비자에서 정책 제안자, 시장 참여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것입니다.

이탈리아의 도시 볼로냐에서는 주거난을 주택협동조합으로 해결했습니다. 콥안살로니 협동조합 대표는 “여기도 사기업 개발업자가 있고, 부동산 투기가 있었다. 우리 주택 협동조합의 가장 큰 기여는 바로 부동산 투기를 잡은 것이다. 우리는 사기업처럼 이윤을 많이 붙이지 않기 때문에 주택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기업과 전쟁을 하다시피 해서 투기를 잡았다.”라고 말합니다. 1980년 볼로냐에서는 의사 변호사 등 부유한 40%만이 집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조합이 생긴 이후로 도시의 85%가 집을 가지게 되어 부자만 집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없앤것입니다.

2013년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2%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53.8%만 집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자력으로 집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도 5.1년이 걸립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집값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이제 시민들은 손 놓고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창의적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언젠가는 주거를 투기적인 재산 증식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과 사회안전망의 근간으로서의 주거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승균 <사회적경제> 리포터 theolive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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