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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9 11:57 수정 : 2013.07.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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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 - 래그랜느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요?
저 빛나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주저앉거나 뒤처져있는 이에게 따스한 손을 건네며 다 함께 손잡고 가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꿈꿀 때면 늘 제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지요.

이렇게 제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기업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자폐장애인을 고용해서 쿠키와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 '래그랜느'입니다. 래그랜느는 서울 강남구 일원1동 주민센터 맞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곳 래그랜느에 들어서면 한쪽은 팩토리, 한쪽은 카페라고 쓰여있는데요. 팩토리라고 쓰인 작업장에는 날마다 네 명의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땀 흘리며 빵과 쿠키를 만드는 곳입니다. 바로 옆 카페는 그 날 만든 따끈한 빵과 쿠키 그리고 같이 먹기 좋은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있답니다.

래그랜느라는 뜻은 ‘밀알’이라는 프랑스어입니다. “이 작업장이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여러 곳에 많은 작업장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는 래그랜느의 남기철(61) 대표의 말이 인상깊었는데요. 카페에서 진행된 따뜻했던 인터뷰,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래그랜느 남기철(6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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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래그랜느의 상품이 다른 가게의 상품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저희는 100% 핸드메이드입니다. 떼오는 것 없이 무조건 반죽부터 손으로 다 만듭니다. 커피는 원두를 1주일 이내 것만 판매하고요. 빵은 당일 판매하거나 남은 건 직원들이 싸가고 그럽니다.


크로크무슈와 아이스아메리카노

자폐장애인 직원들이 만든 식빵으로 만든 크로크무슈와 아이스아메리카노입니다. 촉촉한 크로크무슈와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궁합이 무척 잘 맞았습니다. 사진보니 또 먹고싶네요…. 아 침이 고인다….

한입 베어물은 크로크무슈. 아웅 맛나다 맛나!

검은깨가 들어간 단호박 식빵으로 만든 참치 샌드위치. 이 날 빛나는 계탔나보다! 얏호!

래그랜느표 수제쿠키 (쿠키 한봉지 당 가격은 3천원)


래그랜느 메뉴 & 가격

* 빵

스콘 1,500원, 호두파운드 1,500원, 와플 1,200원, 초코와플 1,500원, 단팥빵 2,000원, 크로크무슈 2,500원, 치즈모찌 2,000원, (검은)깨쿠키 3,00원, 치즈 데세루 3,000원

* 쿠키

홍차쿠키, 녹차쿠키, 프로란틴, 바닐라키펠, 초코샤브레, 아몬드샤브레, 커피쿠키, 코코넛볼 : 3,000원

쿠키세트 大 4만원, 中 3만원, 小 2만원

* 커피

3,000원~5,000원

* 차 / 음료

4,000원~5,000원

* 효소

매실 효소액 750ml 1만 5천원(1년숙성, 100%유기농, 전라도 임실)

산야초 효소액 500ml 1만 8천원(2년숙성, 100%유기농, 전라도 임실)

가격대는 일반 카페와 비슷한데요. 매대에 있는 빵들은 오후시간이여서 그런지 거의 비어있었습니다. 래그랜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쿠키류는 담백하고 고소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 맛이 좋은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족도를 물어보았습니다.



* 정OO씨 / 회사원

“회사 직원 동료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소개해줘서 알게 되었어요. 주차하기도 편리하고 조용하고 커피맛이 괜찮아서 자주 찾아요. 여기 쿠키랑 빵맛도 좋고요. 다른 카페와 가격대는 비슷한데 여기는 불편하지 않고 편해서 찾는 게 가장 큰 이유에요.”

Q. 인터넷에도 상품이 소개되있던데 주문이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판매나 매장 판매보다는 외부판매가 거의 주를 이루고 있어요. 국세청, 총리실 그리고 유명 대기업에서 주문이 들어옵니다. 대기업 직원들이 매장에 와서 쿠키교육을 받고 그 빵을 또 환원하고 있어요.

Q. 창업배경이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 자폐장애 아들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아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보낼 때가 없고, 갈 데가 없어서 제가 스스로 만들었어요. 정부도 도와주질 못하니까... 맨 처음 우리 아들이 다니던 작업장이 부도가 나서 장애인들을 다 내보냈어요. 그 인원이 16명이였는데 제가 다 고용하고 공장 인수해서 비누공장 작업장으로 3년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자폐 특성이 한 군데에만 몰두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해주고자 래그랜느를 창업했습니다. 빵, 쿠키가 종류별로 다양하니까 생산아이템이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한 가지에 빠지는 게 덜하더라고요.


만든 와플을 포장하고 있는 래그랜느 자폐 장애인 직원의 모습.


Q.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점이나 고충이 있나요?

A. 작년 9월에 서울형 사회적기업이 끝나고 올해 9월까지 정부 보조금이 나오질 않아요. 그래서 인건비 등 전부 자가부담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다보니 생산성이 많이 나오질 않아요. 전 그래도 제 사업체((주)시트라 인터내쇼날)에서 래그랜느를 투자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 투자가 없으면 쉽지가 않죠. 개인적으로 후원같은 것도 후원 받는 곳이 규모가 큰 데라면 많이 받고 작은 곳이라면 적게 받더라고요. 어디든 부익부 빈익빈인데 후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단법인이나 사회적기업도 작은 데는 소외받는 게 안타깝죠.

Q. 그래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A. 우리 직원들이 좋아질 때죠. 가족들이 직원을 맡기는 셈인데, 하루종일 맡기고 급여도 받는 이런 일이 자폐장애우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처음보다 점점 나아지는 직원들을 볼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죠.


자폐 장애인 직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카페 한쪽에 전시하고 있다.


Q. 대표님의 최종목표나 꿈이 있다면?

A. 장애우들이 부모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이죠. 우리같이 장애우를 둔 부모들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하루라도 아이들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요. 우리가 죽으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나 환경이 전부 없잖아요. 그래서 장애우들이 부모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되었으면 하는게 최종 꿈이죠.

Q. 장애인 고용 말고도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기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몇 군데 하고 있는데 그 중 마더하우스라고 서울역 노숙자쉼터에 빵, 쿠키를 보내고 있어요. 그 외에 저희가 쿠키, 제빵 강습을 하고 있는데 그때 만든 제품을 동네 소외계층이나 공부방, 복지관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근처 소외계층이나 독거노인분들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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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대표는 “우리 래그랜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환원을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생산성이 떨어져서 수익은 잘 안나지만 점점 좋아질거란 희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는 희망찬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도 장애인 청년들과 직원들은 래그랜느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반죽에 힘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슬빛나 <사회적경제> 리포터 bitna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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