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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2 14:32 수정 : 2013.07.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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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의 경제 - 사회적 경제, 공무원이 토양이다


한겨레신문사 3층에는 30여㎡의 작은 생태공원이 있다. 연둣빛 새순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분홍빛의 고운 앵초꽃도 피어 있다. 황량했던 곳에서 봄꽃의 희망이 자라고, 보는 이의 마음이 절로 행복해진다.

사회적경제의 기운이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다. 지자체들마다 오래된 가치인 사회적경제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길을 찾는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으로 건강한 경제와 공동체를 살리려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만 있고 행복은 없는 경제를 극복해보자는 의지와 노력의 소산이다.

3월에는 전국의 지자체장 29명이 모여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불합리한 정책과 제도 개선에 함께 나설 계획이다. 이달 1일 국회에서는 사회적경제 포럼이 발족됐다. 국회의원 20명이 참여해 사회적경제 분야의 이슈에 대한 입법공청회, 정책토론회, 세미나 및 현장연구 등 소통과 실천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의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회적경제의 튼튼한 착근을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디딤돌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경제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좋은 토양이 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행정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실무 공무원 스스로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때맞춰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에서는 지난 달 완주에서 지자체 공무원 80명이 참여한 1박2일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에는 사회적경제 담당자 뿐만 아니라 계약 구매 담당자들도 함께 했다. 지자체장의 의지와 사회 변화에 따라 공무원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훨씬 더 멀다. 공무원들은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억지로 끼워 맞추곤 한다. 하나 예를 들자면,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은 행사를 지원하는데, 건축공사 계약 방식을 적용하는 식이다. 사업의 성격상 당연히 회의비 등이 예산에 포함돼야 하나, 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기존의 (공사) 사업에 회의비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기 십상이다. 사회적기업의 인건비 지원금이 늦게 지급돼 속이 새까맣게 탔다는 사회적기업가도 있다. 사업적기업을 돕는 중간지원조직이 사업을 시작하고도 한달이 지나도록 보조금은커녕 계약도 마무리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있었다. 진정한 농부는 좋은 토양을 가꾸는 사람이다. 토양이 좋으면 작물은 스스로 잘 자란다. 지역을 살리는 사회적경제의 1차적 토양은 지자체장의 철학과 실무 공무원의 능동적 자세이다. 기름진 토양에 뿌리를 내린 봄꽃이 전국으로 번져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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