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등록 : 2013.07.03 14:42 수정 : 2013.07.03 14:43

툴바메뉴

기사공유하기

보내기

* 공유경제가 뜬다 - ④ 자본·지식·재능
대구에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을 지으려 ‘데코레이션 페이퍼북’ 제작 기금 모금에 나섰던 ‘희움 더 클래식’ 직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돈으로 만든 페이퍼북을 손에 쥐고서 활짝 웃고 있다. 희움 더 클래식 제공


군위안부 작품·영화 ‘지슬’ 제작 등 사회적 의미 있는 사업 위해 모금
결과물 환원 등으로 쌍방향 활동…서민대출 사회연대은행 큰 성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희움 더 클래식’의 윤홍조(28) 대표는 지난 2월 말 깜짝 놀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대구·경북지역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 모금을 위한 ‘데코레이션 페이퍼북’ 제작 기금 모으기가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300만원 목표에 1083만원이 모인 것이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이 만든 압화로 포장지 책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시드머니(종잣돈)가 없어 소셜 펀딩을 하게 됐다. 제작비를 빼고 순이익금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보냈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와 대학로 연극인들이 함께 만드는 단막극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 프로젝트의 기금 모으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런 기금 모으기를 이끈 것은 크라우드 펀딩업체 오마이컴퍼니(ohmycompany.com)다. 낯모르는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추구하자는, 일종의 ‘자본 공유’라 할 수 있다.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사회적 가치를 키울 수 있게 재원 조달을 뒷받침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최근엔 ‘저개발국 꼬마 이야기요리사 학비 모금’을 인터넷에서 벌이는 중이다. 이 모금 운동은 한국과 우간다의 초등학생들이 공동으로 그림동화책을 만들어, 이를 팔아 거두는 수익금을 우간다의 학교에 건네는 것이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아프리카 학생들이 맞닥뜨린 교육기회 박탈이라는 장벽을 깨뜨리자는 뜻에서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제주4·3 영화 <지슬>도,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텀블벅(tumblbug.com)을 통해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함으로써 선보일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자금이 부족한 개인이나 벤처기업, 문화예술인이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프르젝트나 사업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크라우드펀딩이 소개된 연륜은 짧지만, 최근 2~3년 새 부쩍 활성화되면서 현재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15개가 넘는다. 투자자(후원자)가 자금을 전달해 결과물에 대해 보상받는 후원형, 자금만 전달하는 기부형, 자금을 전달하고 돌려받는 대출형, 투자자들이 자금모집 기업의 주주가 되는 지분투자형 등 4개로 분류된다고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던 성진경(41)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나 소비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많고 적은 돈을 모아서 프로젝트가 실현되도록 뒷받침하고 그에 대한 답례로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받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기부·후원 방식을 취하지만, 시민 참여를 일방적이거나 일회적인 기부 형태에 국한하는 데서 나아가 쌍방향의 지속적인 투자 형태로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크라우드펀딩이 활발해지며 지난 3월 크라우드펀딩 업체 10곳이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협의회 회장은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오픈트레이드’(opentrade.co.kr)의 고용기(45) 대표가 맡았다. 그는 “누리꾼들이 웹에 참여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기본 정신이 참여, 공유, 개방이다. 여기에 웹 2.0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언급되면서 공유경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크라우드펀딩도 이런 문화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공유 현상은 일찍이 서민들에게 종잣돈을 지원해 자립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자는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자본 대출) 운동에 나타났다. 공익자금을 만들어 서민들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해줘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것이다. 2003년 2월 출범한 사회연대은행은 저소득층, 실직자, 여성 가장 등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창업·직업교육 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대안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10평 남짓한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준용(52)씨는 “실직과 사업 실패로 막노동을 하던 때였다.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자금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본 것이 오늘의 터를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기부 위탁을 받은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이씨는 2008년 11월 과일가게를 냈다. 지금은 하루 매출액 300만~400만원, 연간 10억원에 이른다. “사회연대은행 같은 대안 금융기관이 없었으면 오갈 데가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개업한 지 1년 뒤부터는 날마다 첫 손님에게서 받은 판매금은 사회연대은행 쪽에 기부해왔다. 이씨의 기부금은 뭉칫돈은 아니지만 다시 영세업체 22곳에 지원된다. 소액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회연대은행을 통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창업 지원 결과를 보면 서울시와 강남구, 과천시 등 자치단체들과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까지 13개 기관·단체가 168건에 30억2880만원을 지원했다. 사회연대은행 허미영 간사는 “창업자금 지원뿐 아니라 경영컨설팅, 심리상담 등을 연결해 온전하게 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혼자 힘으론 자립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게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묵히기 아까운 재능·지식도 싼값에 나눠쓰기

작은 꽃집 홍보물 디자인에서부터
혼자만 알기 아까운 여행경험까지
플랫폼사이트 통해 자유로운 거래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홍주미(51)씨는 어릴 적 꿈이었던 꽃가게를 최근 열었다.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홍보도 난관이었다. 디자인 책을 뒤져봐도 세련된 홍보물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문업체에 맡기기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홍씨에게, 재능을 저렴하게 사고팔도록 주선해주는 크몽(kmong.com)이란 사이트가 눈에 띄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디자인 재능 판매자에게 홍보물 디자인을 맡겼다. 원하는 기본 형태, 강조하고픈 내용 등은 재능 판매자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정했다. 일주일 만에 1차 결과물을 받았고, 수정을 거쳐 의뢰 열흘 만에 완성품을 받았다. 홍씨가 낸 돈은 5만원이었다. 홍씨는 “가격에 견줘 디자인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반 디자인업체에 맡겼다면 비용이 열배는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능이나 지식을 공유하려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재능 ‘기부’와 달리 금전적 대가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매우 저렴하다. 재능이든 지식이든 사려는 이와 팔려는 이를 연결해주는 이른바 ‘플랫폼 사이트’가 등장해 세를 키우고 있다.

1년 남짓 외국여행을 다녀온 박윤선 ‘아이들과 미래’ 매니저가 1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사무실에서 자신의 경험을 여행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풀어놓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홍씨가 이용했던 크몽은 대표적 재능 공유 플랫폼이다. 여기선 디자인, 마케팅, 문서, 비즈니스, 컴퓨터, 음악·영상, 생활서비스, 핸드메이드 등 크게 8개 분야로 구분돼 거래된다. 재능을 팔려는 사람은 회원에 가입해 자신의 분야에 자기소개와 팔려는 재능·가격 등을 써 올리면 된다. 재능을 필요로 하는 이가 찾아와 문의하는 것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2011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3만6427건이 거래됐다고 한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 1분기 3212건에서 올해 1분기 9025건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크몽은 경남 진주에 회사를 두고 있지만, 온라인 기반이므로 이용하는 데 지역적 제약은 없다. 처음엔 모든 재능의 가격을 5000원으로 정했으나, 거래되는 재능이 많아지면서 건당 가격도 최고 100만원까지 다양화됐다. 인기와 신뢰 덕택에 연간 2000만원대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판매자도 나타났다. 거래가 성사되면, 크몽은 거래액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가장 인기있고 활성화된 분야는 디자인이다. 자영업을 창업하려는 사람이나, 중소기업 홍보·디자인 담당자들이 주로 찾는다.

위즈돔(wisdo.me)은 지식과 경험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위즈돔은 지혜(wisdom)와 둥근 지붕 건물(dome)의 합성어로, 삶의 지혜가 모이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다. 판매자는 지혜를 나눠주는 위즈도머, 구매자는 지혜를 제공받는 위즈도미라고 부른다. 지난해 3월 서비스 개시 이후 20일까지 8463명이 1219건의 만남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주고받았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려는 사람이 주제·시간·장소를 정해 위즈돔에 띄우면, 그것을 바라는 사람이 신청하는 방식이다. 최저 거래가는 5000원이며, 대부분 1만~3만원에 거래가 이뤄진다. 위즈돔은 거래가의 30%를 수수료로 받으며, 모임에 드는 비용은 위즈도머(판매자)가 부담한다.

박현호(35) 크몽 대표는 “실험적 성격으로 크몽을 만들었는데,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이 뜨면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누구나 재능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기획연재|공유경제가 뜬다
사회적경제소개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